비신자의 비방 / 송인규 교수
그리스도인은 개인적으로 연합적으로 세상에 속한 존재입니다. 그런데 세상 속에 살다 보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정당한 이유이건 아니건 간에, 때때로 불신자들로부터 여러 가지 비방과 비난을 듣게 됩니다. 우리는 이런 일들에 대해 건설적으로 반응을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그런 비방에 근거가 없다면 변명과 싸움으로 응수하기보다 진실한 삶의 태도로 그들의 오해를 설명해야 합니다. 또 만의 하나, 그들의 비방에 타당한 근거가 있다면―즉 우리에게 무엇인가 문제가 있다면―되돌아 생각하고, 살펴보아 개선하고자해야 합니다(물론 사안에 따라 쉽지 않은 항목도 있겠지만 어쨌든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 비방에 대한 베드로의 대처
베드로 사도는 당시 그리스도인들이 불신자로부터 비방 듣는 일을 없애보려고... 무진장 힘썼던 것 같습니다. 그 당시에는 그리스도인들이 사회의 ‘소수파’였을 뿐 아니라 그들 가운데 노예 신분인 자들의 비율 또한 높아서, 이방 사회에 대한 영향력이 전체적으로 미미한 편이었습니다. 게다가 그리스도인들이 식인(주님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신다는 데 대한 오해), 근친상간(형제자매끼리의 사랑 강조 때문에), 무신론(예수를 주라고 고백하는 까닭에 황제를 신의 아들로 인정하지 않음)등의 오해와 편견으로 괴로움을 겪기 때문에, 더욱이 비신자들의 비방을 막을 필요가 있었습니다. 베드로의 이런 태도는 다음의 구절들에 선명히 나타납니다.
“너희가 이방인 중에서 행실을 선하게 가져 너희를 악행한다고 비방하는 자들로 하여금 너희 선한 일을 보고 권고(眷顧)하시는 날에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하려 함이라”(벧전 2: 12).
“곧 선행으로 어리석은 사람들의 무식한 말을 막으시는 것이(하나님의 뜻이니)라”(벧전 2: 15, 한글 개역판 성경에는 “하나님의 뜻이다”라는 어구가 빠져 있음).
“선한 양심을 가지라 이는 그리스도 안에 있는 너희의 선행을 욕하는 자들로 그 비방하는 일에 부끄러움을 당하게 하려 함이라”(벧전 3: 16).
오늘날 우리가 듣는 비방
그러면 오늘날 우리는 어떻습니까? 그리스도인 개개인이 이 세상 속에서 그다지 모범이 되지 못한다는 비난이 있습니다. 모범은커녕 오히려 말썽거리이며 일반 사람들의 꺼리는 바가 된다는 것입니다. 더욱 역설적인 것은, 신앙이 좋다는 사람일수록 더욱 남들의 비판거리로 등장한다는 사실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세 가지 사항이 자주 부각됩니다.
첫째, 남을 생각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둘째, 때로는 불신자보다 더 이기적입니다.
셋째, 잘난 척을 잘 합니다.
(1) 남을 생각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일상 생활에서 너무 남을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구태여 신앙을 논하지 않아도 될 상식 수준에서조차 우를 범하는 수가 다반사입니다.
#1 공중도덕이나 예의조차 지키지 않습니다.
#2 자기(및 가족)의 편의를 위해서는 정해진 규칙을 어깁니다.
#3 불신자와 똑같이 Give & Take의 원리에 익숙해 있습니다(사실 불신자들이 겉으로 표현을 안 할지 모르지만 그리스도인에 대해 모종의 도덕적?인격적 태도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습니다).
#4 공석(公席)에서 분위기를 이해하고 남들을 염두에 두기보다, 불신자와 똑같이 그저 자기만을 나타내고 부각시키기에 부심(腐心)합니다.
#5 사람들에 대한 진정한 관심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6 우정, 대화, 만남 등을 중요시하지 않습니다.
(2) 때로는 불신자보다 더 이기적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신앙이라는 미명하에,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을 핑계 삼아, 오히려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마땅히 행해야 할 책임을 뻔뻔스레 기피합니다.
#1 (주일)예배에 가야 한다며 자신의 근무 책임을 동료에게 떠맡깁니다.
#2 헌금 생활에 충실하기 위해 가족?친지?친구 등에게 매우 인색합니다.
#3 교회 일로 너무 바빠 다른 일에 시간들이기를 꺼려합니다.
#4 종교적인 이유를 내세워 세상(가정, 학교, 회사)속에서 책임감 있고 성실하기를 기피합니다.
#5 늘 이해타산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6 신앙을 자기(및 가족)의 행복에만 지나치게 연관시킵니다.
(3) 잘난 척을 잘 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자신들이 하나님의 ‘선택’을 받았다는 신념 아래 특권 의식을 갖고 있으며, 이런 태도는 종종 근거 없는 교만, 불신자들에 대한 영적 우월감, 자기 의의 과시 등으로 나타납니다.
#1 매사에 사람들을 신자와 불신자로 나누어서 생각합니다.
#2 불신자를 ‘죄인’ 취급하고 심지어는 ‘마귀 자식’이라 부릅니다.
#3 불신자에 대해 늘 설교하는 자세, 교훈하는 태도를 갖습니다.
#4 신앙이 좋다는 이일수록 겸손과는 거리가 멀고, 일상 생활에서 인격적이거나 자연스러운 모습을 갖지 못합니다.
#5 자기와 다르다는 이유로 무작정 다른 사람들을 너무 빨리, 자주, 심하게 정죄합니다.
#6 교회 직분, 신앙 경력, 성경 지식, 영적 체험 등을 자랑거리로 삼습니다.
우리의 길: 선행으로 비방을 역전하다
베드로 사도 당시 그리스도인들이 비방을 받은 이유는 주로 오해 때문이었습니다. 그 때 그들은 적극적 선행으로 오해를 불식하고자 했습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가 받는 비방도 그러할까요? 아닙니다. 오늘날 우리가 비신자로부터 듣는 비방은 거의 대부분이 정당한 근거가 바탕으로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어떡해야 하겠습니까? 우선, 자신을 돌아보고 하나님 앞에 회개해야 합니다. 그리고나서, 앞으로 평생 동안 세상에서 의로운 삶을 살겠다고 결단해야 합니다. 물론 이런 결단 후에도 연약하여 쓰러지고 같은 잘못을 반복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결단하는 일은 분명 필요합니다. 끝으로, 무엇보다 세상 속에서 불신자들과 더불어 살 때, 자신을 죽이고 하나님의 영광을 바라며 의롭게 살아야 합니다.
그것만이 이 시대 불신자들의 비방을 막고, 하나님의 영광과 교회의 권위 그리고 그리스도인의 위상을 다시금 바로세울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될 것입니다.
- 부흥과개혁사